중국의 열차 번호는 G, D, Z, K 등의 알파벳으로 시작하는데, 이것이 기차의 종류를 나타낸다.
기차의 종류에 따라 운행 속도와 정차역 등이 다르다.
가장 빠른 고속 철도는 '까오티에(高铁, gāotiě)'로, 열차 번호가 'G'로 시작한다.
까오티에에는 '비즈니스석, 1등석, 2등석' 세 종류의 좌석이 있다.
태산 산행 일정 후, 다시 태안에서 청도까지 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는데
이 기회에 자꾸 끌리는 까오티에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18:33 태안 출발 - 21:44 청도 도착>
열차표 고지 금액은 454위안이었고 수수료 포함 실결제 금액은 86,472원이었다.
확실히 가격이 비싸긴 했지만 산행 후 먼 길. 많은 짐. 배터리 충전. 등등 여러 사정상 적기라 생각하며 한번 사치를 부려 보았다.
태안역이 상당히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으로 보니 그 느낌이 안 산다.
여튼 역 앞 광장도 넓고 깨끗했으며, 차량 진입 경로나 주차장 같은 구조들도 되게 현대적이라는 인상이었다.
태안역 정면 광장인데, 저쪽 맞은편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게 멋있었음.
아파트 공사 전에는 태산이 정말 잘 보였을 것 같다.
여기 지하처럼 보이는 곳이 사실 1층 높이이고, 역이 2층 높이로 올라와 있다.
식당도 많아 보이고, 하루 종일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한 상태라 대단히 맛있는 걸 먹고 싶었지만,
아까 61번 버스를 기다리느라 시간을 많이 지체하는 바람에 남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눈물을 머금고 그냥 역으로 들어갔다.
중국 기차역에서는 입장 시 늘 짐 검사를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이 줄이 엄청 길기도 해서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모를 일이었다. 막상 태안역 입장이 그리 복잡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그냥 여유를 두고 미리미리 들어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
태안역은 내부도 상당히 깨끗했고, 탑승 게이트도 내가 가 본 역 중에서 제일 질서 있었던 것 같다.
대합실 2층에 있는 KFC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1층 대합실로 내려왔을 때, 한 켠에서 발견한 Business Class Lounge?! 무엇???
우와... 그렇다. 태안역에는 비즈니스석 이용 승객을 위한 라운지가 있었다.
와... 내가 여기로 바로 왔어야 하는건데... 있는 줄 몰랐기에ㅋㅋㅋ
들어가니까 표랑 여권을 확인하고, 앉아서 쉬라고 안내해 주시고, 근데 이제 곧 출발이라고 안타까워 하셨다.
저도 너무너무 아쉬워요^.ㅜ
열차별로 탑승 시작 여부 등등을 안내하는 대합실의 커다란 전광판이 여기 라운지에 따로 있었는데,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시간이 되니까 와서 가야 한다고 알려 주셨다.
깔끔하고 안락한 내부. 뒤쪽에는 더 프라이빗한 룸 형태의 공간도 있었다.
너무 짧은 시간을 머물러서 아쉽다. 분명 뭔가 더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을 것 같다.
내릴 때 찍은 사진인데, 까오티에 비즈니스석 모습이다.
내가 탄 G282 열차는 3호 칸 전체가 비즈니스석으로 운행되고 있었다.(열차에 따라 한 칸 전체가 아닌 일부 좌석만 비즈니스석으로 운행되기도 한다고 알고 있다.)
세 사람씩 여덟 줄, 그러니까 한 칸에 단 24석뿐이라는거... 앞뒤양옆 간격이 얼마나 넓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좌석 앞뒤 간격이 정말정말 넓다.
먼저 물티슈와 간식과 음료가 나왔다. 간식은 종류별로 맛있게 다 까먹었고ㅋㅋ 음료는 다 먹으면 계속 채워 주신다.
아니 글쎄 그리고 차내식이 나왔다. 이건 몰랐던 사실이라 비용 없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ㅋㅋ
알았으면 아까 KFC 안 사 먹었을 텐데... ^.ㅜ
조류 반찬, 육류 반찬, 콩 반찬, 옥수수 반찬, 계란 미역국 구성이었다.
맛도 나쁘지 않았는데 배가 불러서 조금밖에 못 먹었다.
모든 구간에서 다 차내식을 주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가는 거리가 길면 주는 건지 정해진 식사 시간에 타면 주는 건지? 정확히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너무나도 편안한 이 좌석이었다.
개인 콘센트를 사용할 수 있고, 개인 독서등도 있고, 위에 차내식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넓게 탁자를 쓸 수도 있고.
오른쪽에 조작부가 있어서 등받이, 발받이 등을 조절할 수 있는데 아주 직관적으로 되어 있어서 조작이 쉬웠다.
제일 대박인건 저기 사람 누워있는 모양의 버튼이었다. 저 버튼을 누르면 좌석이 침대처럼 완전히 일자로 다 펴진다.
이렇게! 너무 좋아!!! 진짜 누워 자면서 갈 수 있다. 길이는 딱 170cm 정도 되는 것 같다.
옆자리에 사람도 없고, 칸 전체에도 한 5명? 정도밖에 없어서 정말 너무 편하게 왔다.
자리마다 개인 슬리퍼가 있고, 담요도 이용할 수 있다.
어제 오늘 긴긴 산행을 마친 나에겐 정말 꿀 같은 이동 시간이었다.
편하게 먹고 쉬고 자고 하는 사이에 세 시간이 넘는 이동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오히려 더 타고 싶은데 너무 빨리 도착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아쉬울 정도였다.
까오티에 비즈니스석 이용은 정말 대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