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4일 수요일]
오악(五岳)* 중 동악(東岳) 태산은 중국인이 사랑하는 일출 명소이다.
[*중악: 숭산(허난성), 동악: 태산(산동성), 서악: 화산(산시성), 남악: 형산(후난성), 북악: 항산(산서성)]
태산 정상에서의 일출 감상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야간 산행을 하고, 비박을 한다.
정상 부근에는 숙소도 몇 군데가 있어서, 산행 후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일출을 보는 여정을 꾸릴 수도 있다.
나는 신게빈관(션치호텔)이라는 숙소에서 1박을 했다.
사실 너무 추워서 잠을 잘 자지는 못했다.
1인실은 없고 2인실을 혼자 썼는데, 두 사람치 침구를 혼자 다 써도 막기 힘든 추위였다ㅠㅠ
이불 두 장과 비치되어 있는 두꺼운 담요 두 장을 다 덮고, 핫팩 두 개를 침대 안에서 이리저리 옮겨 대면서 겨우겨우 온기를 만들며 잤다.
(한겨울에 태산 정상에서 하룻밤 묵으시는 분은 부디 핫팩 많이 가져가시길...)(등산할 때 춥지는 않았다. 밤에 숙소가 너무 추웠다.)
여튼 새벽 일찍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객실에 엄청 큰 군용 점퍼가 비치되어 있어서 입고 나갔고, 나중에는 그마저도 추워서 하나 더 가지고 나가 덮고 있었다.
밖에 나가면 다들 비슷한 군용 점퍼랑 털모자를 입고 쓰고 있다. 천가의 상가에서 빌릴 수 있는 모양이다.
일출을 잘 볼 수 있는 장소인 일관봉으로 갔다.
호텔을 나설 때는 아무것도 안 보일 정도로 깜깜했다.
핫팩과 휴대용 LED 등이 열일했다.
그러나 날씨가 나빠서 일출은 못 봤다ㅠㅠ. 눈도 오고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이제 주변이 다 환해졌는데도 해는 완전히 가려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쉽다^.ㅜ 좋은 자리 잡고 기다렸는데...
"산이 높아서 정상에서의 전망은 이루 다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로 아름답다. 하늘과 바다는 창망하여 아침 햇살이 나타나고 금빛으로 밝게 비추어 천하의 기관이라고 한다."
설명을 읽으니 더 아쉽다ㅋㅋ 다음에 또 와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설경으로 눈을 달래며, 어제 미처 못 밟은 옥황정을 비롯해 여기저기 정상부를 돌아보았다.
일관봉 서쪽의 옥황정으로 가면 태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옥황봉'을 볼 수 있다.
아래의 사진이 옥황정으로 가는 계단길이다.
그리고 옥황정으로 가는 길에 중국 5위안 지폐에 그려져 있는 '오악독존' 바위가 있다. 생각보다 작더라.
옥황정 앞의 무자비(無字碑).
한 무제 때 세워졌다는 글자가 없는 비석이다.
태산의 최고봉인 옥황봉은 이렇게 끄트머리만 볼 수 있다.
산봉우리에 형성한 옥황묘라니... 진짜 나로서는 이색적이었다.
이런 점에서 태산이 자연유산적, 문화유산적 면모를 다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같다.
그리고 '태산극정 1545M'로 알 수 있듯, 태산이 그렇게 물리적으로 높은 산은 아니다. 상징적으로 높은 산임은 여러 면에서 인정이 된다.
정상 인증샷도 여느 다른 산들에서의 느낌과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ㅋㅋ
뒤로 보이는 문 안에는 옥황대제의 동상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인사를 하러 드나들고 있었다.
정상부 설경.
여기 정상에 내린 눈은 좀 신기했다.
수분이 하나도 없고 뭐랄까 먼지같은 눈이었다.
달라붙지도 않고 쌓이지도 않고 그냥 바람 불면 날아가버린다.
그래서 다행이 바닥이 미끄럽지도 않았고 눈 오는 것 치고는 추위도 덜했다.
엄청 껴입고 꽁꽁 싸매고 돌아다녀서 그렇게 추운 줄 몰랐는데, 사진 찍던 갤럭시는 결국 기절해버렸다ㅋㅋ 처음 있는 일이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남은 식량들도 다 까먹고, 사진 구경도 하고, 뒹굴뒹굴 여유로운 오전을 보냈다.
딱 체크아웃 시간인 12시에 맞춰서 숙소를 나섰다.
숙소를 나오니, 신기하게 날씨가 싹 걷혀 있었다.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ㅋㅋ 구름도 싹 걷히고 눈도 전혀 흔적도 없었다.
1박 2일 간 정말 여러 날씨를 보는 것 같다.
우리 숙소 가는 길... 참 예뻤음.
신게빈관(션치호텔) 1박 가격은 680위안이었다.(그마저도 겨울 특전 가격이었고, 성수기엔 더 비쌀 거다.)
Ctrip에서 미리 예약을 했는데 그때 11만 원 정도가 먼저 빠져나갔고, 체크아웃 며칠 후에 결제 취소 형식으로 돌려받았다.
진짜 결제는 현지에서 현지돈으로. 디파짓 포함 800위안을 냈고, 체크아웃 할 때 120위안을 돌려받았다.
여기 1박을 위해 쓴 돈이 중국에서 쓴 돈 통틀어서 3분의 1 이상이라는 거ㅋㅋㅋ
너무 멋진 경치에 발이 잘 안 떨어진다. 내려가기 아쉽다.
다음에 오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거나 내려가 보고 싶다.
저 첩첩산중을 내려다보면서 움직이는 기분도 궁금하다.
안뇽-! 또 올겡ㅋㅋㅋ
천가를 지나는데 하늘이 정말 예쁘다. 어제보다 더 예쁜 하늘거리.
남천문과 하늘거리.
너무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서북쪽 산봉우리들도 진짜 깨끗하고 예쁘게 보인다. 날씨 최고다잉~
남천문을 지나, 이제 본격 하산을 시작해야 하는 지점이 왔다.
오후 1시쯤이었는데, 전날보다 훨씬 더 분위기가 북적북적했다.
많은 사람들이 남천문 앞에서 인증샷도 남기고, 십팔반 정복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아침에 눈 내릴 땐 계단 내려갈 걱정도 많았는데, 보다시피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내려갈 땐 보이는 게 또 다르다. 눈 앞 풍경이 멋져서 수고를 모르고 내려왔다. 점점 낮아지는 게 아쉽기만 하다...ㅋㅋ
별개로 계단은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에 손잡이 꼭 붙들고 천천히 조심조심 내려옵니다...
그래도 어제 올라올 때보다야 훨씬 쉽게 금방 내려온 듯?(당연한 이야기?)
천하제일명산이라...
태산의 자부심
중천문 근처. '셔틀버스 티켓 오피스'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대부분 여기에서 버스를 타고 하산한다.
태산 홍문 코스에는 초입부터 정상까지 틈틈이 계속 상점이 있다. 급하게 필요한 것이 있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화장실도 자주 있고, 쓰레기통도 정말 촘촘하게 많이 있다.
유니폼(조끼) 입은 관리자분들도 많이 계신다. 전체 구간이 다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다.
이제는 한참 멀어진 꼭대기를 돌아봤는데 이렇게 뭔가 배웅을 해줌ㅋㅋㅋ
중천문이다. 내가 여기까지 열심히 내려온 것은 중천문에 가서 옥수수를 사 먹겠다는 희망이 있어서였다.
근데 옥수수는 없고 고구마만 파네...ㅠㅠ 얼마나 힘이 빠졌던가ㅋㅋㅋ
올라올 때 고생을 많이 했던 초입부... 그래서 미처 몰랐는데 이제 보니 길이 참 예뻤다.
중천문을 지나서 홍문까지는 정-말 고요했다.
어쩌다 한 사람씩 마주친 것 말고는 거의 계속 혼자서 내려왔다.
다만 풀려 있는 강아지들이 다섯 마리 이상이었다. 의외의 난관을 만날 뻔...ㅠㅠ
표 냈던 곳도 지나고 홍문 일천문도 다 지나고 이제 완전히 지상이다. 못내 섭섭하다.
점점 인간세상으로 돌아오는 듯한 느낌이다ㅋㅋ
아쉽다고 다시 올라갈 수도 없고 담에 또 와야지 뭨ㅋㅋ 산행 종료!
여기, 태산 입구를 바라봤을 때 오른쪽은 많은 버스들이 서는 정류장이다.
올 때는 '태산역'으로 왔지만 돌아가는 기차는 '태안역'에서 타야 했는데, '바이두맵'에서 61번 버스를 추천하길래 그걸 타기로 했다.
61번 버스는 여기 태산 입구에서 태안역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일종의 직행 버스이다.(요금 5위안, 주행 거리 약 13km.)
시내를 경유하는 일반 버스는 20 정거장 이상 되는 것 같다.(요금 2위안)
이렇게 61번 버스를 안내하는 수많은 표지판도 있었기 때문에 의심 없이 버스를 기다렸다.
그러나 버스를 타기까지... 막판 고생을 제대로 했다ㅠㅠ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저 문화 차이인데, 손을 흔들거나 해서 버스를 탄다는 신호를 해야만 버스가 정차를 한다.
그걸 몰라 두 대 정도를 그냥 보냈다. 타는 곳이 아닌가 싶어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검색하고 물어봐야 했다.
다음 버스가 왔을 땐 다행히 다른 승객이 있어서 버스를 잡았기에 드디어 나도 버스를 탈 수 있었다.
30분을 넘게 기다렸고 5시가 넘었다ㅠㅠ
좌석은 12석, 기사님 포함 13석이었다.
그래도 버스 타고 갈 때는 또 좋았다.
운행 루트가 쭉 태산 자락을 따라 가는 방식이라서 창 밖으로 내내 웅장한 태산의 모습을 올려다 볼 수 있다.
마지막까지 멋진 모습을 실컷 보면서 마무리하기에 좋은 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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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 산행은 모든 부분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여러 느낀 점들과 참고 사항들을 좀 더 써 본다.
*홍문 코스
사실 가기 전에는 계단만 7천, 8천 개라는데 이걸 오르는 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무슨 등산의 맛이 있을까 생각했었다.
그래서 계속 다른 코스를 찾아보기도 했고, 이 코스로 결정을 하고서도 어지간히 지루하겠거니 예상했을 뿐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코스를 오르내리면서는 이 계단길이 대표 코스인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임을 알겠다고ㅋㅋ 그렇게 생각이 바뀌었다.
정말 이색적이었다. 올라갈 때는 계단을 올라 하늘 마을 구름 마을 같은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고 내려올 때도 다른 세계로, 땅 마을로 돌아가는 느낌... 그렇다ㅋㅋㅋ
지금은 이게 바로 가장 태산다운 특징이고 태산 산행의 참맛이겠구나 싶고, 초행에 대표 코스를 택한 건 참 잘 했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다음번에 다시 간다면 다른 코스를 이용해도 좋을 것 같고 근데 또 한 번 더 이 코스를 이용해 보고 싶기도 하다.
*겨울 산행
겨울에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데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춥지만 덥고, 덥지만 추운, 그런 체온 관리의 어려움이 크고
또 짐도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으니 아무래도 고생스러운 면이 분명 있다.
그래도 괜찮은 점은 사람 구경보다 태산 구경을 좀 더 잘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것?
인터넷에서 태산 사진을 검색만 해 봐도 보통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왁자지껄한 것보다 한적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좋은 부분이었다.
설경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기타
태산 등반에 굳이 등산화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운동화면 충분하다.
가파른 계단에서 (녹슨) 쇠로 된 손잡이를 잡고 오르려면 장갑이 있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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