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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2018.01. 중국 산동성

1박 2일 중국 태산 산행기 EP2: 십팔반-남천문-천가/ 숙소, 일몰, 야경 [2018년 1월, 중국 산동성 여행_ 5일차(태안)]

by xxingfu 2021.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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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천문을 지나, 이제 확실히 산 속에 폭 파묻힌 기분이 난다. 

 

좋아하는 산 풍경을 옆에 두고 마음껏 감상하며 오르는 참 좋은 시간. 하늘도 맑고 말이닿ㅎㅎㅎ 

 

그리고, 악명 높은 십팔반에 진입했다. 
'십팔반(十八盤)'은 남천문까지 가파르게 이어지는 긴긴 돌계단 구간을 부르는 이름이다. 

 

바이두 지도에 이 구간이 이렇게↑ 나오는데, 진짜 십팔반의 모습을 잘 보여 주는 것 같다. 실제로 이렇게 생겼음ㅋㅋㅋ

 

'하늘에 올라가는 사닥다리' 모양이자, '태산 유람구의 대표적인 경관'이라는 설명에 참 동의가 된다. 

 

산봉우리 사이로 빼꼼 남천문이 보인다! 이 광경 정말 신기했다. 
계단을 오르는 내내 보이는 건 아니고 가끔가끔 나타나는데 진짜 어디서 못 본 광경이었다.  
사실 이렇게 처음 남천문이 보였을 때는 이제 다 온 것 같고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았고 한~~~~~~~참을 더 가야 했는데ㅠㅠ 계단이 어찌나 촘촘한지 정말 힘들었다. 

 

얼마 못 가 쉬고 또 쉬고 하면서 마지막엔 거의 기어가다시피ㅋㅋ

 

용문

 

승선방

 

남천문

드디어 남천문!!! 
뿌듯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ㅎㅎㅎ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음[登登不已有何難(등등불이유하난)]의 리얼 체험이었다ㅎㅎㅎㅎ
남천문 도착 시간은 오후 3시. 홍문부터 남천문까지 4시간이 걸렸다. 
보통 홍문 코스 소요 시간을 4~5시간으로 보는데, 나도 딱 비슷하게 온 셈이다.  

 

남천문에서 내려다보는, 힘들게 올라온 계단들.

남천문이 정상은 아니지만, 나는 그냥 산행의 기분은 여기에서 끝내도 괜찮다고 본다.
그 이후 구간은 산행길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마을이고 유적지의 느낌이기 때문에 숨도 고르고 요기도 하고 편한 마음으로 여기저기 다녀 보는 게 좋은 것 같다. 

 

여기가 천가(天街), 말 그대로 '하늘 거리'이다!
아니 진짜 뭐 이런 곳이 다 있짘ㅋ 너무 신기하고 신이 난다. 

 

남천문, 천가를 지나면 태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옥황봉'은 금방이다.
또 이 정상부에 유, 불, 선 망라 수많은 유적들이 자리하고 있어 갈 곳도 볼 것도 많다.
그래서? 정상부 구경은 다음날로 미루고, 예약해 둔 숙소로 갔다. 
무거운 짐가방부터 빨리 내려 놓고 싶었다ㅎㅎㅎ 시간이야 내일도 있으니 말이다. 

 

신게빈관(神憩賓館)

내가 묵은 호텔. 낭만 있는 이름에, 위치가 참 좋다. 

 

입구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멋지고, 바로 오른쪽에는 공자묘가 있다. 

 

신게빈관 로비

 

신게빈관 객실

 

태산 정상부에 숙소가 여럿 있지만, 모두! 가격은 저렴하지 않다. 비싸다.
산꼭대기라는 위치가 위치인 만큼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실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더 열악했다.   
일단 비주얼은 차마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였고...ㅠㅠ
정말 당황스러웠던 건 1박에 10만원을 낸 이 비싼 숙소에서 물을 쓸 수 없다고 했다.  
리셉션에서 no water라고 하길래 마시는 생수가 없다는 말인 줄 알고... 뭐 그 정도야 하면서 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그게 아니라 물이! 욕실에 물이!!! 안 나온다는 말이었음. 
샤워 부스가 있는데 샤워 수전이 아예 뽑혀 있었다. 존재하지 않았다. 
세면대에서도 물이 아예  안 나온다. 
변기 물도 안 내려간다.
???
물이라곤 세면대 아래 빨간 바케스에 한 통 담겨져 있는데...ㅠㅠ  
샤워는 커녕! 세수는 커녕!! 오늘 내일 볼일보고 물 내리는 데도 모자랄 판이었음...
와... 나 정말 슬펐다구ㅠㅠ 
이제 따뜻하게 샤워하고 산행의 피로를 푸는 줄 알았건만...
리얼 멘붕이 와서ㅋㅋㅋ 그대로 침대에 엎어져서 한 시간 정도 잔 것 같다.
너무 추워서 더 자지도 못했다. 히터라든지... 난방기기도 전혀 없고 그냥 바람을 막는 실내라는 의미가 있을 뿐이었다... 너무너무 추웠다ㅠㅠㅠ
멘붕도 이런 멘붕이 없었지만
딱히 다른 도리도 없으니 그냥 마음을 고쳐 먹기 시작했다. 
생수를 사 와서 양치만 해결하기로 하고... 
못 씻는 건 그냥 지금 유럽 여행 중에 런던에서 파리로 야간 버스 타고 바다 건너 왔기 때문에 하루 못 씻는 거랑 똑같은 상황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닼ㅋㅋ 신기하게도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고, 놓칠 수 없는 일몰 감상을 위해 밖으로 나갔다. 
어땠을까?

 

말잇못!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가히 최고의 광경이었다. 
시야를 가리는 어떤 장애물도 없고, 그 드넓은 하늘이 점차 빨갛게 물드는 모습을 너무나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특별히 한 부분만 뷰가 멋지고 그런 게 아니라 어디다 눈을 둬도 다 장관이었다.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야경은 또 어땠는가 

 

그 느낌 진짜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다. 
불 밝힌 도시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데 하늘은 또 그 도시를 덮고 있는 것 같고ㅠㅠ 
정말 정말 예쁘다. 예쁘다기보다는 정말... 신비롭다고 해야할까.
옛날에 공자가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게 보인다'고 했던... 그 느낌을 알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ㅠㅠ

밤하늘은 또 어땠는가
진심 별자리 앱을 받아 갔어야 한다...
쌔까만 하늘에 별들이 엄청 크고 가깝게! 수두룩하게! 박혀 있었다.
온갖 별자리가 선명하게 다 보였다. 

으아 너무 감동이야 너무너무 좋았다 
산 속이니까 엄-청 고요하고 적막하고 깜깜한데 
눈 앞에는 계속 숨 막히게 멋진 광경이 펼쳐지고...

그렇게 분위기에 취하고 감동을 잔뜩 먹으면서 천가의 상점까지 내려갔다. 

 

뜨끈하게 우육면을 한 사발 먹고, 생수 두 병과 소시지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소시지는 아침 요깃거리로 샀는데, 예상대로 별로였다. 빵이라든지 다른 적당한 건 없었다. 
가격은 우육면 35위안, 생수 8위안, 소시지 10위안. 
슈퍼에서 2위안이면 사던 생수 한 병이 여기 산 위에서는 보통 10, 15위안씩 했다. 
 
돌아온 숙소에서는 기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복도에서 옆방에 묵는다는 투숙객을 만났는데,
글쎄 따뜻한 물에 세수도 하고 발도 씻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ㅋㅋㅋ

 

알고 보니 객실 앞에는 이렇게 물을 떠서 쓸 수 있도록 커다란 물통에 물이 받아져 있었고

 

객실 현관 쪽의 전기 포트도 씻을 물을 데우는 용도였던 것이다. 

 

본격 21세기의 물 긷기.
정말 구식이고 수고스러웠지만 이런 뜻밖의 체험이 재밌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라도 씻을 수 있다는 게 엄청 행복하게 느껴졌닼ㅋㅋ
양말 벗고 뜨끈한 물에 지친 발을 담글 때... heaven을 맛봄ㅋㅋㅋ

내일, 대망의 일출 감상을 위해! 빨리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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