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라는 아주 역사가 깊고 규모도 큰 도시이다.
비교하자면 ‘로마’의 분위기와 닮았는데
그보다는 좀 덜 정비된, 날것 그대로 내버려진 느낌도 있다.
절대 나쁜 뜻이 아니고 옛날 옛적에 형성된 이 도시에 지금 내가 들어와서 그 속을 거닐고 있다는 느낌이 정말 특별했다.
‘시간여행’이라는 단어도 참 잘 어울린다.
고대부터 차곡차곡 쌓인 시간만큼 다양한 양식들을 만날 수 있다.
따로 색을 입히지 않은 흙색 벽돌 그대로의 양식이 가장 전반적이고
흙색에 하얀색만 어우러진 외벽도 많다.
그렇다고 티무르 제국 스타일의 푸른빛 타일 모자이크도 없지 않고
러시아풍으로 독특하게 변형된 이슬람 양식도 많이 보인다.
이렇게 부하라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 같았다.
그저 발길이 닿아 들른 곳들에 매료되기 십상이었다.
근데 또 길에 널린 것, 발에 채는 것이 유적이라 너무 흔해서인지
전혀 자랑하듯 요란스럽지 않고 오히려 무심해 보이기도 한다.
딱히 관광지 구획이 뚜렷하지도 않고 다분히 일상 친화적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오래 쌓인 시간은 그대로 담아 두고 그냥 또 현재를 충실히 살고 있어서 새로운 시간이 계속해서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2박 3일을 알차게 돌아다녔음에도 부하라 일정은 부족했다.
일주일이나 10일 정도 혹은 더 장기간 머물면서 구석구석 즐기면 얼마나 재밌을까 싶다.
보물 같은 도시의 가치에 비하면 유명세가 정말 덜한 것 같다.
통일되지 않은 우즈베크어 표기에 키릴 표기, 영어식 표기의 혼재로 위치나 정보 검색도 쉽지 않고 정보량 자체도 많지 않다.
맵스미와 구글맵을 같이 보면서 기억을 최대한 되살려 보고 있다.
부하라 정보는 잘 리스트화하하면 정말 방대해질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도 분명히 세계각국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될 것 같다.
여튼 아직은 이렇게, 드넓은 광장에서 독사진이 가능할 정도로, 고요하고 한적했다.
칼란 미나렛 광장 동편 (지도의 Yellow Point) 입구를 마주한 두 마드라사.
울루그벡 마드라사(1417축조)와 압둘 아지즈 칸 마드라사(1652축조)이다.
이렇게 딱 마주보고 있는데
정말 15세기 스타일이고
정말 17세기 스타일이다.
부하라 성 (아르크) 맞은편의 목조 모스크.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있던 시간이 마침 금요일 이슬람 예배 시간이었는데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야외까지 가득 찬 모습을 보았다.
부하라는 이렇게 수백개의 마드라사(신학교)와 모스크(사원)가 있는 이슬람 중심의 도시이다.
Boloi Havz(Boloi Hovuz, Bolo-Khauz) jom'e masjidi
Bolo Haouz Cathedral Mosque
도시 곳곳의 못[池] 혹은 못의 흔적들도 부하라의 특징이다.
사막 지역, 물 축복이 있었으니 오래전부터 도시가 형성될 수 있었을 것이다.
Xoja Kalon 사원 왼쪽 건물은 내가 찍어 온 사진엔 KANDAKOR로 이름이 붙어 있는데
검색되기로는 Gaukushon(Gaukushan) Madrasa라고.
여튼 이 건물 안에는 정말 예쁜 갤러리가 있었다.
역사적으로 부하라는 신학뿐만 아니라 과학과 예술, 상업이 모두 발달한 도시였다.
지금도 곳곳에 갤러리와 공방이 많아서 현대 마니아들을 모으는 모양이다.
종교적, 학구적, 예술적, 상업적 전통이 여전히 두루 이어지고 있음이 느껴지는데 그 분위기가 신기하게 조화롭다.
부하라에서도 하루 야경 산책을 했는데 화려하기 그지없는 사마르칸트 야경이랑은 정말 결이 달랐다.
이렇게 약간 수수하고 엉기성기한 게 부하라의 특색.
최근 사진을 보니 조명들은 훨씬 보완된 것 같다.
그래도 이런 특유의 분위기는 그대로 느껴진단 말이지...
택시를 타고 신시가지쪽으로도 내려갔다 왔다.
국립 부하라 대학교 앞에 아직 서점이 문을 열고 있어서 들어갔다.
페르가나 거주 중인 친구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이렇게 큰 서점 처음 와본다고 정말정말 너무너무 좋아했다.
다시 숙소로는 약 2km쯤 걸어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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