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된 이아마을
마을을 떠나는 길에도 아쉬움에 사진을 좀 더 담아본다.
밤은 밤대로 또 운치가 있었다.
낮에 내렸던 정류장에서 똑같이 피라마을행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앞에 택시도 많았고 근처에 화장실, ATM, 슈퍼마켓도 있다.
피라마을에 도착해 호텔로 돌아가는 길이다.
불을 밝힌 식당도 유람선도 참 좋아보인다.
여행이 너무 짧다. 벌써 마지막 밤이라니ㅠㅠ
여긴 우리 호텔의 복도인 셈ㅋ
절벽 지형에 옹기종기 지어진 동굴식 건물들이 산토리니의 특색이었다.
눈으로 봐서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한 건물인지 알아볼 수 없는 구조.
늘 사각형 건물에만 살다가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 재밌는 경험이었다.
호텔에 돌아온 남편은 외국에서 컵라면 먹기 로망을 이루었다.
라면 냄새를 맡고 찾아온 까만 고양이가 우리 테라스에서 한참을 놀다 갔다.
떠나기 싫다. 마지막이기 싫다. 정말 아쉬운 밤이었다.
2022년 11월 4일 금요일
아쉽지만 별수 없이 마지막 아침이 찾아왔다.
이날도 테라스로 조식이 배달됐다.
아침 공기가 어찌나 상쾌했는지.
둘째날엔 과일잼을 좀 다양하게 골라보고, 그릭요거트도 한 번 더 먹고
남편은 하나 남은 신라면을 마저 털었다.
머무는 동안 마음껏 누렸던 테라스 풍경을 마지막으로 담아 본다.
아주 속을 뻥 뚫어줬었지.
요즘도 종종 그리운 풍경이다.
최근에 찾아보고 알게 됐는데 건너편 저 섬은 활화산 섬이라고 한다.
이제 새파란 산토리니룩은 넣어두고, 비행룩으로 체인지하고, 짐 챙겨 산토리니 공항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도 공항까지는 호텔 차량을 이용했다.
떠나는 길에, 좋아했던 협죽도 꽃은 단장 중이었다.
산토리니 공항에 도착했는데 아주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아테네 공항으로 가는 우리 비행기가 오버부킹돼서 좌석이 모자라 다음 비행기를 탈 지원자를 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아테네 공항에서 바로 3시간 뒤쯤에 이어지는 국제선 탑승 스케줄이 있었기 때문에, 사정 얘기하니 원래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해준다고는 했지만.
기분이 확 상하긴 했다.
처음 받아 보는 스탠바이(SBY)표.
너무 당당해서 당황스러웠는데 인터넷 보니 흔히 있는 일인 것 같다.
그럼 예약할 때 좌석 지정은 왜 하고, 애초에 왜 오버부킹을 받는지?? 모르겠다.
남편이랑 멀리 떨어져 앉아서 아테네까지 갔다.
이제 출국하면, 다시 그리스 문자 볼 일도 없어지겠네 싶어서 좌석 앞에 안내문을 냅다 찍어본다.
그래도 표지판 같은 거라도 읽을 줄 알아야 될 것 같아서 오기 전에 그리스 알파벳 공부도 조금 하고 갔었다.
지금 보니 완전히 까먹어서 하나도 못 읽겠다. 진짜 안 익혀지는 것 같다ㅎㅎ
산토리니 섬을 떠난다. 이 작은 섬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니 신기하다.
공항은 섬 동쪽에 있고 피라, 이아 마을은 서쪽이다.
윗사진에 호텔에서 보던 화산섬도 보이고 위쪽에 하얀 이아마을도 보이고.
아테네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가 너무 맛있게 먹은 SantoNuts라는 제품이다.
원래 호텔 미니바에 있는 스낵은 전혀 안 건드는데, 산토리니 호텔에 도착한 날엔 너무 허기지기도 하고 딱 짭짤한 게 땡겼던 터라 통에 담긴 견과류를 꺼내 먹었었다.
근데 엄청 맛있었던 거다ㅋㅋ
맛있게 한 통 잘 먹고 나중에 슈퍼에서 구경하다 똑같은 걸 발견해서 몇 봉지 더 구입해 여행 내내 함께한 간식이다.
귀국 비행기는 이스탄불을 경유하는 터키시 에어라인이었다.
근처에 고려했던 항공사 비행기들이 여럿 보여 괜히 반가웠다.
비행기값이 진짜 급진적으로 오르던 시기였고, 항공사 선택지도 다양해서
비행기표 구입까지 몇 달이나 고민이 많았었다.
안녕 그리스야 이만 떠나볼게. 다시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터키시 에어라인 기내식들.
아테네-이스탄불 구간은 비행시간 1시간 30분으로 엄청 짧았는데도 간단하게 나온 샌드위치랑 빵이 맛있었고
이스탄불-인천 구간 식사도 뭐였나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괜찮았다.
이스탄불에서 경유할 때 면세점 구경도 재밌었다.
초콜릿이랑 꿀이랑 그리스 터키쪽 전통과자 할바 구입
2022년 11월 그리스 신혼여행기 끝~!
결혼식을 잘 마쳐 준비기간의 오랜 부담이 완전히 한번에 떨쳐진 홀가분함
코로나로 닫혔던 하늘길이 다시 열려 정말 오랜만에 떠난 해외여행의 설렘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씨에 맑고 쾌적한 공기, 새파란 하늘과 바다
어디든 많이 붐비지 않고 여유가 있었던 시기
이국적 정취, 아테네 고대도시와 산토리니 자연 풍경의 두 가지 다른 매력
서로에게 집중하며 돈독해질 수 있었던 너무너무 소중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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