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우즈베키스탄 여행을 마음먹은 데에는 사실 아무 이유가 없다시피 했다. 이 나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문자 그대로 ‘하나도’ 없었다. 그저 낯선 곳, 먼 곳으로 가고 싶다는 막연함으로 여행 준비를 시작했는데, 하나하나 정보를 접할 때마다 ‘아니 정말 이렇다고?’ 하면서 깜짝 놀라는 일이 계속되었다.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흥미로운 곳이었다. 출발 전부터 이미 그 매력에 빠져서 온통 설레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 큰 기대를 훨씬 뛰어 넘을 만큼, 더 넘치도록 풍족하게 누린 기분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새롭고 신선한 여행이었다.
세계를 주름잡던 대제국으로서,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 교역의 중심지로서, 이래저래 찬란한 역사를 지닌 우즈베키스탄에는 그 위용을 짐작하게 할 만한 수많은 유적들이 남아 있었다. 여행 내내 그 규모와 외양에 압도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도 그랬듯이) 우즈베키스탄은 아직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여행지인지라, 어느 곳을 가든 전세 낸 듯 한적하게 누리며 감상할 수가 있었다. 예를 들어 이런↓ 일들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방문객이 우리 일행뿐이었던 일은 아주 흔히 있었다. 주변이 조용한 중에 백 년 천 년을 뛰어 넘는 건축물이 코앞에 펼쳐지면, 내가 지금 어느 시대를 걷고 있는지 시간 여행의 느낌까지 들었다.
사실 우즈베키스탄이 지닌 여행지로서의 매력은 줄줄이 읊을 수 있을 정도이다. 먼저 물가가 정말 저렴해서 항공료를 제외하면 크게 경비 부담이 없다. 적은 돈으로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는데, 특히 입에 잘 맞는 맛있는 음식들을 정말 풍족하게, 실컷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보통 친절하며, 여행객들을 따뜻하게 환영해준다.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서도 상당히 우호적이고, 심지어 한국말이 가능한 현지인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경찰국가라 공공장소의 치안이 좋고 소매치기 같은 잔걱정 없이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눈 감고 넘길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은, 이런 표면적인 평화의 이면에 독재와 압제, 빈곤의 아픔이 서슬 퍼렇게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우즈베키스탄은 극악무도한 독재 국가이며 거의 세계 최악의 부패 국가이자 언론 통제 국가이다. 소수 권력자들을 제외한 일반 국민들의 현실은 그 찬란한 역사, 문화와 비교했을 때 더 무기력하고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까지도 이 국가에서 어떤 만행이 자행되고 있는지를 알게 될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우즈베키스탄은 독재 국가답게 중요한 정책 사안들이 휙휙 잘도 바뀌는 것 같다. 내가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몇 달 사이에만 해도 비자나 입국 절차에 관한 큰 변화가 있었다.(이제 비자 없이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할 수 있게 되었고, 입국 시의 복잡한 세관 신고 과정도 없어졌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알고 간 부분인데, 다른 면에서도 내가 조사해서 인지하고 있던 내용과 달라진 점들이 꽤 있었다.
먼저 여행객의 ‘거주지 등록’ 정책이 상당히 완화된 것 같았다. 내가 알던 정보는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경찰이 거주지 등록 서류를 요구하는 일이 흔히 있으므로 항상 소지하고 다녀야 하고, 출국할 때도 모든 서류를 꼼꼼하게 검사하기 때문에 누락 없이 잘 챙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첫 번째 숙소에서부터 당장 거주지 등록 서류가 없어도 돌아다니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미심쩍기도 하고 걱정하기도 했는데, 모든 숙소에서 똑같이 말을 했고 모두 체크아웃 할 때 거주지 등록 서류를 내주었다. 밖에서 경찰이 거주지 등록 서류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전혀 없었다. 그리고 공항에서 출국 심사를 할 때도 아예 거주지 등록 서류를 검사하지도 않았다.
주요 유적지의 입장료와 관련해서도 내가 찾아 간 정보들과 꽤 차이가 있었다. 이전 여행기들을 보면서 부르는 게 값이고 흥정이 필요하고 이런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지금은 대부분 공식적으로 매표소를 운영하고 있었고 가격도 분명하게 명시를 해 두고 있었다. 가격은 대략 알고 갔던 것에 비해 전반적으로 많이 비싸진 것 같았다. 보통 외국인의 가격이 현지인의 10배 정도였다.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도 아니고 또 억울하게 바가지를 쓰는 것이 아니라 명시된 요금을 지불하는 것이니 크게 불만을 가질 만한 사항은 아니었다. 흥정이 필요하지 않으니 덜 귀찮아진 점도 있다.
여하튼 이 모든 정보들 또한 언제든지 변할 수 있을 줄로 안다. 그러니 우즈베키스탄 여행 시에는 최대한 최신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비록 어렵지만) 중요할 것 같고, 아니면 차라리 현지 사정은 내가 아는 정보들과 상이할 수 있음을 마음 편하게 받아들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최근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적극적으로 관광 진흥 정책을 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수 국가에 대한 무비자 전환, 여행객의 세관 신고 절차를 없앤 것, 거주지 등록 정책 완화, 각 유적지의 입장료를 올린 것 명시한 것 등이 모두 관광 진흥 정책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앞서 말했듯 우즈베키스탄의 관광 자원은 매우 풍부하며, 세계인을 상대로 충분히 흥할 수 있을 만큼 경쟁력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앞으로 우즈베키스탄의 관광 산업이 성공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고,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될 것 같다. 다만 현재 체계에서는 관광 산업 진흥으로 수익이 창출된다 한들, 이 수익이 부패한 관료들의 주머니만 채우는 것은 아닐지 걱정도 된다. 정치적 측면에서의 개선이 더 빨리 더 먼저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고, 유구한 역사와 문화의 선물을 국민들이 함께 누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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