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001. 청춘의 로망 "자전거 국토 종주" [서울~부산 3박 4일 라이딩]

by xxingfu 2021. 2. 14.
반응형

 

 


 

 

자전거 국토 종주는 이미 오래 전에 마음먹은 바였다. 

2015년, 자전거 타기에 취미를 붙이면서 

자연히 4대강 자전거길과 종주 인증제도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인터넷이나 주변 친구들의 경험담을 아주 인상 깊게 보고 들으며 

호시탐탐 떠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2016년 5월.

어린이날 다음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5678목금토일의 황금연휴가 조성되었다. 

이때다 싶어 채비를 시작했다. 

 

하루에 약 200km씩을 달리는 2박 3일의 일정을 만들어 보았다. 

출발지는 서울이고 도착지는 부산이다. 

따로 차도는 타지 않을 것이며, 강 따라 조성된 자전거길만을 우회 없이 이용할 것이다. 

(실제로는 하루에 약 150km씩, 3박 4일이 소요되었다.) 

 

 

출발 3일 전. 

펑크 상황을 대비해 튜브 교체 방법을 배우고 실습도 해 보았다. 

지금껏 스스로 펑크 처리를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직접 해 보니 까다롭고 힘도 들었다. 

연습한 순서가 잘 기억이 나야 할 텐데. 

 

 

인증 수첩은 작년에 구입해 둔 것이 있었다. 

500원에 같이 산 4대강 자전거길 안내 지도가 꽤나 유용하게 쓰였다. 

이밖에도 이것저것 잡다한 준비를 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금방 출발일이 다가왔다. 

하필이면 태풍 소식이 함께 들려왔다. 

디데이 전야에는 비바람이 몰아쳤다. 

일정을 감행해도 되는 걸까? 

일기예보를 수십번씩 확인하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느라 

제대로 눈을 붙이지도 못하고 아침을 맞았다. 

​아무래도 첫 단추를 제대로 잘못 끼웠다. 

북한강철교까지 동행하기로 한 친구는 늦잠을 자 버렸다. 

출발이 두 시간 넘게 늦어졌다. 

갈 길이 바쁜데 걱정이 태산이다. 

 


 

 첫째날 

 

다행히 비는 그쳤다. 

[01. 뚝섬 전망 콤플렉스 인증센터]에서 첫 도장을 찍고 출발. 

 

 

[02. 광나루 자전거공원 인증센터]가 한강 남단에 있어서 중간에 잠실철교를 건너 내려왔다. 

두 번째 도장. 

 

 

날이 맑아 평화로워 보이지만 바람이 무지막지 불고 있었다. 

그래도 풍향 운이 좋았다. 뒷바람을 타고 금방 서울을 벗어났다. 

 

강물이 막 반짝반짝하는데 세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직도 눈에 선한 너무 아름다웠던 풍경이다. 

지도를 찾아보니 강 왼쪽은 남양주시 예봉산, 오른쪽은 하남시 검단산인 것 같다. 

 

 

팔당대교를 건너 다시 한강 북단을 달리는데 

강풍에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고 있었다. 

첫째날에는 이렇게 쓰러진 나무를 열 번도 넘게 봤다. 

 

팔당댐

 

[03. 능내역 인증센터]

 

 

어느덧 북한강 철교에 다다랐다. 

여기까지만 동행을 하기로 친구와 정한 곳이다. 

갔다 올게!!! 

인사는 씩씩하게 했지만 마음이 뒤숭숭했다. 

이제 이 다리를 건너서부터는 생판 처음의 길들을 혼자서 달리고 또 달려야 하는 것. 

뒤에서 친구가 엄청 크게 

잘가!!!!!

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그때 그 이상했던 기분이 참 생생하다. 

 

 

양평은 주로 예쁘게 잘 조성된 공원길들을 지나온 것 같다. 

[04. 양평군립미술관 인증센터] 사진은 못 남겼나 보다. 

 

이포보

 

[05. 이포보 인증센터]

 

[06. 여주보 인증센터]

 

오던 길에서 강을 건너와야 했는데 측풍이 정말정말 심했다. 

휘청이는 자전거를 건사하느라 힘이 쪽 빠졌다. 

세종대왕릉의 도시답게 외벽에 훈민정음 서문이 걸려 있었다.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편의점이 진행 방향 반대편이다. 

이제 조금도 둘러 가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다음 인증센터까지 가기로 했다. 

 

[07. 강천보 인증센터]

 

여기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사진에 보이는 건물 안에 편의점이 있다. 

 

 

다시 강천보를 건너야 한다. 

밤새 비가 많이 내려서 물이 시원하게 콸콸 쏟아진다. 

 

 

각종 후기에서 익히 보아 왔던 위험한 내리막길을 나도 마주했다. 

강천보를 건너자마자 바로 나온다. 조심조심. 

 

 

[08. 비내섬 인증센터]로 가는 길. 

황당할 수 있지만 강원도를 살짝 경유해야 한다. 

꽤 오르막 내리막을 탔던 것 같고 첫째날 중 가장 지침과 지겨움이 증폭되던 시점이었다. 

 

 

그러다 나타난 섬강의 넓은 물줄기. 

 

 

여기도 정말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09. 충주댐 인증센터] 도착. 

올라오기 힘들었다. 

이때 이미 시간이 저녁 7시쯤이었다. 

 

 

그렇다고 한다. 

나는 여기 충주댐 편의점에서 대충 저녁을 때웠다. 

 

 

해가 지려고 하니 서둘러 내려 가야 했다. 

 

[10. 충주 탄금대 인증센터]

 

충주댐에서 탄금대까지 거리는 불과 14km인데 두어번 길을 잃어 고생고생을 했다. 

갑자기 앞이 안보이니 길찾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펑크. 

다행히 충주 탄금대 인증센터는 시내가 가까운 공원 내에 있어서 가로등도 밝고 사람들도 많이 지나다녔다. 

무사히 튜브를 교체했고, 여기에서 오늘의 주행을 마치기로 했다. 

[168.7km] 

 


 

 둘째날 

 

바로 가까이에 모텔이 있어서 하룻밤을 잘 묵었다. 

 

 

아침 먹을 곳을 찾다가 탄금대 공원에 발을 들였는데 지역 축제 같은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시간 낭비가 참 후회가 된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자꾸 늑장을 부리게 되었던 것 같다. 

문제는 안장통도 근육통도 아닌 굳어버린 손이었다. 

전날 하루 꼬박 힘을 주고 후드를 붙들고 있었더니 후드 모양 그대로 손이 굳어버린 것이다. 

손에 힘이 전혀 안 들어가니 변속조차 너-무 힘들었다ㅠㅠㅠㅠ

​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달려 보려고 했는데 금방 또 펑크가 났다.

낙차 사고에 데굴데굴 구르기까지 했다. (풀밭이라 천만다행이었다ㅠㅠ)

오늘 진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차근차근 라이딩. 

 

[11. 수안보온천 인증센터] 사진도 못 남겼나 보다? 

 

여차저차 여기까지 왔다. 

아마도 서울~부산 종주 구간 중 제일 긴 업힐 코스인 이화령 업힐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명성대로 쉽지 않았던 이화령 업힐. 길고 길었다.  

사진으로 많이 본 배경에 나도 서 본다. 

 

 

올라왔다!

 

 

[12. 이화령 휴게소 인증센터] 인증 완료.

여기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휴게소라 식사류도 판매한다. 

이후 이화령 다운힐은 정말 짜릿했닿ㅎ 

 

 

둘째날 구간에 힘들게 하는 업힐이 너무나 많았다. 

[13. 문경 불정역 인증센터], [14. 상주 상풍교 인증센터] 둘 다 사진 못 남겼나 보다. 

이제 어떤 곳이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나서 아쉽다.

 

 

[15. 상주보 인증센터] 도착. 

아니 근데 해가 져버렸네... 이땐 아직 2박 3일 일정을 포기 못했을 때라 한 구간 더 가야겠다 하면서 출발. 

그러나 야간 라이딩은 할 게 못 된다 정말. 

 

 

딱 전조등이 비추는 한 치 앞만을 내다보면서 바짝 쫄아서 라이딩. 

새까만 어둠 속에서 온갖 동물소리. 그리고 평지도 아니다. 

아...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16. 낙단보 인증센터] 도착. 

지금 생각해도 눈물겹다. 

 

 

공병에 울샴푸를 담아 와서 밤마다 세탁을 했다.

저지는 하룻밤이면 충분히 바싹 말랐다. 

 


 

 셋째날 

 

[17. 구미보 인증센터]

 

 

구미보 인증센터는 보급식을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었다. 

낱개로 파는 초콜릿류가 많아서 좋았다. 

 

 

셋째날은 정말 사진이 없다. 

이제 해를 가릴 곳만 있으면 냅다 드러눕게 되었다. 

이 사진도 누워서 찍은 사진이다. 

[18. 칠곡보 인증센터], [19. 강정고령보 인증센터], [20. 달성보 인증센터] 사진 전부 스킵이네?ㅋㅋ 

도심이랑 가까운지 샤랄라한 복장으로 놀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던 곳들이었다. 

 

 

근데 어쩌다 셋째날도 야간 라이딩을 했을까. 

무심사는 원래도 어렵다는 구간인데 거길 야라로...ㅋㅋㅋ 하아

 

 

전조등 배터리가 없어서 깜빡깜빡하고, 꼭대기에서는 폰 신호가 안 터져서 한번 꺼졌었다. 

마음으로 엄청 울고 엄청 기도했다. 

지금 보면 거의 공포 체험 아닌가 싶다.  

갖은 고생을 하고 무심사를 내려왔는데, 이젠 잘 곳이 없단다. 

[21. 합천창녕보 인증센터] 근처의 그 많은 숙소가 다 찼단다 글쎄. 

 

그래도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지 

(그때 상황이 너무 암담했기 때문에 이런 말까지 나온다)

좀 멀리 창녕의 어떤 여관 사장님이 나랑 사정이 같은 사람들을 포터로 태워가는 중이었고,

답 없이 무작정 더 달리던 나도 발견되어 태워졌다ㅠㅠ 

다행 다행 천만다행이다. 

이때 하이브리드로 종주 중이던 스무살 친구들 두 명을 만났는데

한 명은 신발이 삼선슬리퍼였다. 그거 신고 여기까지 왔단다.  

 


 

 넷째날 

 

 

 

다행히 자고 나니까 또 컨디션은 회복됐다. 

 

 

출발하자마자 또 기가 막히는 경치. 

하구로 오니 폭이 넓어져서 훨씬 확 트인 느낌이다. 

 

 

통곡의 벽이라고 불리우는 이날의 난코스를 올라왔다.(끌바했다 결국ㅋㅋ)  

올라오니 경치가 멋지긴 멋지다. 박진고개.  

 

 

두 번째 난코스. 영아지 마을 업힐. 근데 여기도 또 올라오니 참 예뻤다. 

 

 

안그래도 풍경이 참 예쁘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위 사진 속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모자가 인사도 건네주시고 사진도 찍어준다고 하셨다. 

엄청 따사롭고 평화로운 느낌으로 남아 있는 구간이다. 

 

남지철교

 

건너편은 함안군이다.

 

[22. 창녕함안보 인증센터]

 

옆 테이블에 라이더 무리가 있었는데 내 라면 냄새와 그쪽의 짬뽕 냄새로 서로 번갈아 고통스러워했던 기억잌ㅋ

여기서도 한 분이 혼자 타면 사진 남기기 쉽지 않다고 일부러 와서 찍어 주셨다. 

 

 

편의점 파티가 낙이다. 

이제부터는 보급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여기에서 필요한 만큼 챙기는 것이 좋다

고 미리 들었기 때문에 각종 보급식도 충분히 챙겼다. 

다음 인증센터까지 무려 55km. 

 

밀양시, 양산시 지나오도록 사진 한 장 안 찍고 열심히 달리기만 했나 보다. 

밀양에서는 데크길이 진짜 예뻤던 기억이 나고, 양산에서는 드넓은 공원 같은 구간이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23. 양산 물문화관 인증센터]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했는데 굳게 잠겨 있어 절망하기도 했다. 

 

 

이후로는 부산 도심을 달렸다. 

오른편은 낙동강, 왼편은 차도였다. 

자전거길이 산책로를 맞대고 있어 많이 좁고 혼잡하다. 

신호 대기가 필요한 횡단보도도 많이 건너야 해서 참 힘이 빠졌다ㅠㅠ 

이땐 백미터 백미터가 어찌나 안 줄어들었는지... 

페달질이 너무너무 귀찮았다. 

 

그러나 결국!

 

 

하하하하핳 

 

 

드디어 을숙도 공원에 도착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기분이 정말정말 너무너무 좋았다ㅠㅠㅠㅠㅠㅠ

 

 

스트라바 주행 기록을 종료하는 감격의 순간!

 

 

완주!!!!! 

여기엔 부모님이 마중을 나오셨기 때문에 사진도 많이 남겼다. 

 


 

서울로 돌아오는 교통은 노포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이용했다.

황금연휴인지라 내 자전거 말고도 몇 대가 더 있었기 때문에 겹쳐 넣어 와야 했다^.ㅜ 

 

자정이 넘어 강남 고속터미널에 도착했다. 

또 한강을 타고 집까지 귀가 라이딩이 남아 있었다. 

지난 3일 동안에는 해가 지면 칠흑같은 어둠이 어김없었는데 

이 시간에도 환하게 불이 밝은 한강이 낯설게 느껴졌다. 

오로지 전조등 불빛에만 의지해 조마조마 페달을 굴리던 야간라이딩이 다시 추억된다. 

 

 

오른손 놓을 줄을 몰랐다는 게 예상 못했던 고전 요인 1순위였다. 

후드 모양대로 굳어버린 손 때문에 몇주를 더 고생했다는 슬픈 이야기. 

또 손에도 선크림을 열심히 발랐지만 탄 자국을 면하지는 못했다. 

이렇게 4대강 자전거길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으면서 가는 방식은 

다음 목적지와 남은 거리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편리한 것 같다. 

구간 정보나 인증센터 주변 정보도 미리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이를테면 나무위키 같은 데서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검색하면 지도를 포함해 상세 정보가 정말 잘 정리되어 있다. 

그래서 이 글은 그리 정보가 풍부한 글은 아니고

그저 3박 4일의 내 기억을, 느낀 바를 추억하기 위한 글이다. 

그런데 이미 많이 희미해진 것 같아서 아쉽고 

길 위에서 만났던 사람들도 많은데 그 얘기는 못 다 담아 아쉽다. 써 놓지 않았으니 아마 잊게 될 것 같다. 

이제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가끔씩 그리울 때가 있다. 

거대한 자연 속에서 혼자인 나는 너무 작고, 그러나 

강도 산도 하늘도 나무도 다 내 것처럼 누리면서 흡족하던 마음이 그립다. 

 

5월 초. 춥지도 덥지도 않은 최적의 기상 조건이 아니었을까 한다. 

강풍에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주로 순풍이어서 덕을 더 많이 봤다. 

4일 내내 전국 어딘가에선 늘 비가 오고 있었는데 

신기하게 잘도 피해다녔다. 

 

아쉬운 점은 날마다 시간 분배를 잘 못했다는 것. 

다음엔 야간 라이딩 없이, 누군가랑 함께. 다시 한번 떠나고 싶다. 

 

반응형

'카테고리 없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000. 성경 100번 읽기  (0) 2021.02.28